1. 라벨-치간느
https://www.youtube.com/watch?v=w0ObgSKBqTQ&feature=youtu.be
말 그대로 ‘집시’라는 의미의 <치간느>. 19세기 작곡가들이 이미 여러 번 다루었던 집시 음악을 라벨 역시 썼죠. 라벨은 이 곡을 파가니니 혹은 리스트 스타일, 즉 차고 넘치는 낭만성을 가진 전반부, 후반부에 가서는 돌변하여 초절기교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로 작곡했습니다.
라벨의 치간느. 라벨도 처음이고 치간느도 처음, 초보 입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써볼까 한다. 정말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했단 느낌으로, 왜 집시 음악인지 알 것 같다. 바이올리니스트의 풍부한 표정과 연기를 보니, 악기로 표현하는 뮤지컬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때로는 엄청 슬펐다가, 절벽에 떨어질 듯 위태롭다가도, 따스한 봄날의 화창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중간중간 장난기 어린 연주로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 라벨은 노래로 집시가 삶에서 느낀 감정의 고저, 삶 자체를 표현하려 했던 건 아닐까.
2. 슈만 - 피아노 사중주 Op.47 3악장
1854년 슈만은 부인 클라라에게 ‘나는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맨발로 빗속을 뚫고 나가 2m 높이의 다리에서 라인 강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곳을 가까이 지나가던 뱃사람이 슈만을건져 올렸고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이후 정신병원에 제 발로 들어간 슈만은 2년 여 고통받다가 생을 마감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피아노 사중주 Op.47>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밝았던 시절인 1842년, ‘실내악의 해’에 작곡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kyIasXviaQ&feature=youtu.be&t=776
라벨의 치간느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좀 더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장례식에 온 것 마냥 상당히 분위기 침체되어 있었지만, 한켠에는 고풍스러우면서도 우아한 선율을 품고 있다. 중반을 지나 경쾌하고 빠른 멜로디가 신나고 귀를 즐겁게 해 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천재였던 슈만이 극심한 정신병에 시달렸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좋은 음악을 남겼는데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슈만을 보며, 명예나 다른 사람에 대한 인정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자기 평가, 즉 자존감이 지금뿐만 아니라 19세기에도 행복한 삶의 필요조건이란 사실을 체감한다.